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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법정지상권
제목 대법원 2010다33422 판결
선고일 2013-05-24
내용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0다33422 판결

[토지거래계약허가절차이행][미간행]

【판시사항】

 

[1]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으로서 채권보전의 필요성의 의미 및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경우 보전의 필요성 인정 여부(소극)

 

 

[2]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토지의 매수인이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채권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방법

 

【참조조문】

[1] 민법 제404조 [2] 민법 제404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항, 제6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다50014 판결(공2013하, 1098)
[1]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공2001하, 1323)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 82717 판결(공2007상, 857)
[2] 대법원 1993. 1. 12. 선고 92다36830 판결(공1993상, 691)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56575 판결(공1993상, 1159)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3825 판결(공1996하, 3428)

【전 문】

【원고, 피상고인】한원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위민 외 1인)

【피고, 상고인】주식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3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0. 3. 25. 선고 2009나888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다.

1. 민법 제40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므로, 그 보전되는 채권에 대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채무자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을 말하며,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 82717 판결 등 참조).

한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상의 허가구역에 있는 토지의 매매 등 거래계약이 토지거래허가를 전제로 체결된 경우에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고 거래계약의 채권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권리의 이전 또는 설정에 관한 어떠한 내용의 이행청구도 할 수 없지만, 그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계약이 효력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계약의 쌍방 당사자는 공동으로 관할 관청에 허가를 신청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3. 1. 12. 선고 92다36830 판결 참조). 그 결과 경우에 따라서는 매수인이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56575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3825 판결 등 참조), 그 경우에도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의 특수한 법적 성격과 아울러 매도인의 권리 미행사가 협력의무의 현실적 이행에 뚜렷한 장애가 되는지, 매도인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매수인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의 행사가 매수인 측의 사유 때문에 장기간 지연되었는지 및 그 지연에 매수인의 귀책사유가 없는지, 그리고 매도인의 권리 행사를 강제하는 것이 매도인의 재산권행사에 커다란 불이익을 가져오거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는지 등 해당 사안에서의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인천광역시장은 2006. 5. 4.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토계획법상 도시기본계획에 해당하는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번 1 생략) 일원 558,333㎡(168,896평, 이하 ‘이 사건 구역’이라 한다)를 포함한 삼산4지구 732,000㎡(이하 ‘삼산지구’라 한다)에 관하여 전략지구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러면서 삼산지구에 관한 계획 기본방향으로 ‘사업성 확보와 복합문화단지의 활성화를 고려하는 고품격 주거단지의 배치, 고속도로변에 충분한 완충녹지를 조성하여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주민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가 공간 조성, 굴포천을 친수 공간 사업과 연계한 녹지, 체험장 등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수립하였다. 그리고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상 시가지화 예정용지로 계획된 삼산지구는 인천광역시와 부천시의 경계와 중동대로에 접한 굴포천 남단 지역(약 200,216㎡)을 포함함과 아울러 굴포천 남단 지역을 단독주택용지로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는 2006. 6. 26.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에게 이 사건 구역을 포함한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번 2 생략) 일원 758,449㎡(삼산지구와 개략적으로 일치한다)에 대하여 수용·사용 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제안하였다. 이에 부평구청장은 구 도시개발법(2007. 4. 11. 법률 제83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에 따라 2006. 9. 14.부터 14일간 공람을 통해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2006. 10. 20. 부평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후 부평구청장은 2007. 1. 26. 구 도시개발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인천광역시장에게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의 위 도시개발구역지정 제안에 따른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제안하였고, 인천광역시는 2007. 4. 16. 위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위하여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이를 상정하였지만,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09. 11. 19. 위 제안 안건을 부결하였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의 도시개발사업 추진이 일단은 무산된 상황이다.

나. 원고는 주택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2006. 9. 4.경부터 11. 2.경까지 사이에 제1심 공동피고 1 등 11인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원심판결 별지 목록 제1항 내지 제11항 기재 각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각 매매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위 매매계약들을 통틀어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이라 하고, 매매목적물들을 통틀어 ‘이 사건 토지들’이라 하며, 매도인들을 통틀어 ‘이 사건 매도인들’이라 한다), 각 매매계약 체결일에 이 사건 매도인들에게 약정한 계약금 일부를 각각 지급하였다.

원고와 이 사건 매도인들 사이에 작성된 각 매매계약서에는, “매도인과 매수인은 본 매매약정이 도시개발사업 추진에 있음을 상호 인식하고, 위 부동산을 포함하여 도시개발사업의 추진이 불가할 경우 본 매매계약은 조건 없이 해제되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한 토지대금은 즉시 상환하여야 한다. 본 약정 체결 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각종 동의서 및 증명서를 교부하여야 하며, 추후 매도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발급한다.”라고 기재되거나, “매도인과 매수인은 본 매매약정이 도시개발사업 추진이 목적임을 상호 인식한다. 본 약정은 토지거래허가를 전제로 체결하며, 추후 토지거래허가 가능 시 본 계약을 체결한다. 위 부동산을 포함하여 도시개발사업의 추진 또는 토지거래허가가 불가능할 경우 본 매매계약은 조건 없이 해제되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한 토지대금은 즉시 상환하여야 한다. 본 약정 체결 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각종 동의서 및 증명서를 교부하여야 하며, 추후 매도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발급한다.”라고 기재된 특약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 소외인 외 164명[제안서의 제안자 성명란에 ‘(가칭) 삼산4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소외인 외 164명’으로 기재되어 있다]은 2006. 9. 25. 부평구청장에게 이 사건 구역 내 일부 토지소유자들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이 사건 구역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부평구청장은 2006. 10. 12. “구 도시개발법에서 정한 토지면적과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도시관리계획입안 및 개발계획의 내용이 국토계획법 및 구 도시개발법에 따른 당해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기본계획인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제안을 반려하였다.

그 후 소외인 외 176명은 2006. 11. 13. 다시 부평구청장에게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번 1 생략) 일원 745,199㎡(225,423평)에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위 구역 내 일부 토지소유자들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위 구역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부평구청장은 2006. 11. 14. 제1차 반려 사유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반려하였다.

이에 소외인은 2006. 11. 16. ‘(가칭) 삼산4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부평구청장에게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번 2 생략) 일원 740,520㎡(224,010평)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제안하였으나, 이 제안도 유사한 사유로 반려되었다.

그러자 원고에게 토지를 매도한 주민으로 구성된 삼산4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사업조합’이라 한다)이 2007. 1. 15. 부평구청장에게 이 사건 구역에 대하여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제안하였으나, 부평구청장은 2007. 1. 22. 사업조합에 대하여 ‘주민이 환지방식으로 도시개발구역지정 제안 및 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상구역 내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게 되어 있으나 접수된 문서는 동의서 사본으로서 동의자 수 산정이 불가능하고, 위 제안은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 제안도 반려하였다. 이에 대하여 사업조합은 인천지방법원 2007구합1327호로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에 대하여 위 반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9. 12. 10.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사업조합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결국 사업조합이 구 도시개발법에서 정한 토지면적 및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사업조합 주도로 이 사건 구역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사업조합이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라. 한편 이 사건 매도인들은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대림산업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디케이건설(이하 두 회사를 합하여 ‘소외 회사들’이라 한다)과 사이에 매매목적물인 이 사건 토지들을 다시 매도하는 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제2매매계약’이라 한다)을 각각 체결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매도인들은 신탁회사인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도인들을 신탁자, 피고를 수탁자, 소외 회사들을 1, 2순위 우선 수익자, 이 사건 매도인들을 신탁 원본과 수익에 대한 수익자로 하는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각각 체결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2006. 12. 26.부터 2007. 9. 14.까지 사이에 이 사건 신탁계약을 근거로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신탁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이 사건 신탁가등기’라 한다) 내지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신탁등기’라 한다)를 각각 마쳤다.

마.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매도인들에 대한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위 토지들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가처분결정을 받았고, 결국 그에 관한 가처분등기도 경료되었다.

그리고 소외 회사들에 토지를 매도한 주민으로 구성된 삼산4지구 도시개발사업지주조합(이하 ‘지주조합’이라 한다)은 이 사건 구역 내에서 도시개발사업 시행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원고와 토지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은 구 도시개발법에서 정한 토지면적 및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조합 주도로 이 사건 구역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지주조합이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매도인들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신탁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신탁가등기 또는 신탁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있으므로, 과연 원고에게 채권자대위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행사하는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권리는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을 정지조건으로 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으로서 원고와 이 사건 매도인들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이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매도인들이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정지조건부로 이 사건 토지들을 매도한 2006년 내지는 2007년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6년의 기간 동안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이 이루어질 것인지가 결정되지 아니함으로써 정지조건의 성취 여부가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지조건부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원고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상당히 오랫동안 의무 발생 여부에 관하여 불안정한 상황에 있었던 이 사건 매도인들의 경제적 이익도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는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매수인인 원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이 사건 매도인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지 않도록, 보전의 필요성 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에서 정지조건의 내용은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으로서 이에 앞서 구 도시개발법에서 정한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지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지면적과 토지소유자 수 각각에 따른 동의 요건을 만족하고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도 맞아야 하는 등 그 성취를 위한 그 요건 충족이 쉽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게 토지를 매도한 주민으로 구성된 사업조합을 중심으로 4차례에 걸쳐 부평구청장에게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제안하였으나 이미 2007년도까지 그 제안들이 반려되었고, 그 반려에 대하여 다투는 행정소송도 패소로 확정됨에 따라 지금까지 상당히 장기간이 지나도록 도시개발사업이 시작조차 되지 못하였던 점에 비추어, 가까운 시일 내에 위 정지조건이 실현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2) 이 사건 매도인들이 소외 회사들과 사이에 이 사건 제2매매계약을 각각 체결한 다음,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신탁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신탁가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이 사건 제2매매계약 역시 제1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고 피고 명의로 이 사건 신탁가등기만이 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데 현실적인 장애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일부 토지에 관하여는 비록 신탁등기가 되어 있어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데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신탁계약은 소외 회사들의 부동산개발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등기부상의 소유권 관리·처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처분을 위해서는 이 사건 제2매매계약에 대하여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먼저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을 받아 정지조건이 성취되게 하면 소외 회사들이 의도한 부동산개발사업 수행 및 이 사건 제2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도 어렵게 되어 결국 신탁 목적의 달성 불능을 이유로 신탁이 종료되고 이 사건 매도인들에게의 소유권 회복과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정지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미리 이 사건 신탁등기를 말소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가 장기간 지연된 것에 대한 주된 책임은 도시개발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통하여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을 받아야 할 원고가 그 정지조건을 제대로 성취되게 하지 못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현재까지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원고로 하여금 정지조건 성취 후에나 가능한 제1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에 대비하여 이 사건 매도인들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제1매매계약과 이 사건 제2매매계약 모두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어 양 계약 사이에 그 실현에 있어 우열관계에 있지 않다고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는 채권적 효력이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제2매매계약 체결행위를 배임적인 이중매매 행위라고 주장하여 효력을 다툴 수 없고(대법원 1994. 6. 14. 선고 94도612 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514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 매도인들로서도 이 사건 제2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를 부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이 사건 매도인들을 대위하여 이 사건 제2매매계약 및 그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신탁계약이나 신탁예약의 무효를 주장하여 이 사건 신탁가등기나 신탁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 자신은 이 사건 매도인들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아 놓고서 이 사건 채권자대위권을 통하여 이 사건 제2매매계약과 관련하여 가등기에 그친 이 사건 신탁가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거나 이 사건 제2매매계약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것에 대비하여 잠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신탁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원고가 이 사건 제2매매계약을 배제하고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의한 채권적 권리를 실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된다.

위와 같은 결과는, 이 사건 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실상 다른 매수인인 소외 회사들에 우선하여 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과를 허용한다면 이 사건 매도인들로서는 원고에 대한 협력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등 책임의 부담 외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상대방을 선택하여 토지를 매도하였음에도 이를 사후에 부인당하게 되어 그들의 재산관리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고, 특히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장기간에 이르도록 정지조건이 성취되게 하지 못하여 이 사건 매도인들이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고서도 장기간 계약금 외에 대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불이익을 입고 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결과는 이 사건 매도인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매도인들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신탁가등기와 신탁등기의 말소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있어서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 사건 소가 적법한 것으로 보고 본안에 관한 판단으로 나아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