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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지방법원 97가단7157 판결:항소
선고일 1998-08-14
내용

제주지방법원 1998. 8. 14. 선고 97가단7157 판결:항소

[임금등 ][하집1998-2, 235]

【판시사항】

 

[1] 구 근로기준법 제36조의 법적 성질(=강행규정)

 

 

[2] 사용자가 경영악화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지체하자 근로자들이 과거의 임금을 포기하는 한편 장래 지급을 받을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약속한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포기행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 사정이 있고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면 과거의 임금채권을 포기한 부분은 유효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되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있으며,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기일을 정하여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임금의 직접·전액 지불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임금은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기초가 되는 것임을 감안하여 사용자가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통화로써 그 임금 전액을 지불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설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로써 상계를 하거나 다른 명목으로 공제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 그 임금채권을 타에 양도한 경우라도 그 양수인이 아닌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지불하도록 강재함으로써 최저임금제도 등과 함께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마련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강행규정으로써 이에 반하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행위 또는 양자간의 합의 등은 무효이다.

 

 

[2] 사용자가 경영악화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을 지체하자 근로자들이 과거의 임금을 포기하는 한편 장래에 지급받을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약속한 경우, 근로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위험이 없고, 그 같은 행위를 할만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으며, 사용자의 강압적인 개입이 없이 그것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면, 과거의 임금채권을 포기한 부분은 유효하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2]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 전의 것) 제36조(현행 근로기준법 제42조, )

【전 문】

【원 고】 강오길

【피 고】 주식회사 대원교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우)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7,999,450원 및 그 중 금 4,699,450원에 대하여는 1997. 5. 3.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나머지 금 3,300,000원에 대하여는 1997. 5. 3.부터 1998. 7. 14.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의 균등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5,187,94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원고가 1990. 3. 15.부터 1997. 2. 10.까지 관광운수업을 영위하는 피고 회사의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근무하다 퇴직한 사실, 원고는 1994. 11.분부터 1996. 2.분까지의 임금 7,188,490원(이하 제1임금이라 한다) 및 1996. 3.분부터 1997. 2.분까지의 임금 4,598,896원(이하 제2임금이라 한다)과 퇴직금 3,400,554원을 피고로부터 지급 받지 못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제1임금 전부와 제2임금 중 일부를 포기하였으므로 그 부분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가. 그러므로 보건대, 피고 회사는 1990. 1.에 설립되었는데 계속적인 경영악화로 인해 1993. 7. 20.경에는 그 발행의 약속어음이나 수표가 부도나고 1994. 10.경에는 채무 초과로 파산의 위기에 봉착한 사실, 이에 피고 회사의 대주주였던 소외 김상현 등 3인은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로 구성된 재건추진위원회에 그들이 가진 주식 전부의 처분권을 위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 사실, 위 재건추진위원회는 이에 따라 위 주식을 원고 등 근로자들에게 유상으로 양수케 하고 그 매도대금은 피고 회사에 입금하여 이로써 피고 회사의 채무변제에 충당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그 때까지 지급 받지 못한 임금 1,000만 원에 추가로 1,500만 원을 출연하여 피고 회사의 발행 주식 89,000주 중 2.5%를 양수하여 주주가 된 사실, 그러나 재건추진위원회의 노력으로도 피고 회사의 경영 정상화가 어렵게 되자 원고 등 근로자들은 외부로부터 자본주를 영입하여 회사 갱생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95. 9.경 소외 김상현이 피고 회사의 주식 50%를 원고 등으로부터 유상으로 양수하여 경영에 참여하면서(다만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대신 자신이 지명하는 자를 내세웠다.) 그 주식 양도대금은 원고 등이 수령하는 대신에 피고 회사에 증여하여 채무변제에 사용하였으나 역시 정상화에 실패하여 1996. 2. 초경에는 그 보유 차량의 자동차보험료조차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자금난에 봉착하여 원고 등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체납된 사실, 그리하여 위 김상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다시 소외 이후식을 위 김상현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영입하게 되었는데, 위 이후식은 자신이 출연한 돈이 원고 등에 대한 밀린 임금으로 지급될 경우 자금난이 가중되어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가 어려우니 근로자들이 먼저 체납된 임금을 포기해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등 근로자와 주주들(당시 원고 역시 주주였다.)은 1996. 2. 17.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1994. 11. 이후 1996. 2.까지 체납된 임금을 포기하고 그 돈을 피고 회사에 조건 없이 증여하여 채무변제에 사용토록 하고, 또 1996. 3.부터 1997. 2.까지 매윌 지급 받을 임금 중 1인당 30만 원씩을 포기, 역시 피고 회사에 증여하여 조속히 피고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되 원고 등 근로자(주주)들의 손실은 회사 경영이 흑자로 돌아선 뒤 이익배당을 통해 전보 받기로 결의한 사실, 그 뒤 원고 등은 각 개인별로 위 주주총회 결의와 같은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피고 회사에 제출하는 한편 1994. 11. 이후 1996. 2.까지 체납된 제1임금을 수령한 것처럼 회계처리를 한 다음, 1996. 3.부터는 매월 30만 원씩을 공제한 임금만을 지급 받음으로써 원고는 같은 기간 중에 11회분 330만 원을 포기한 사실, 피고 회사는 그 이후 현재까지도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주주들에 대한 이익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 을 제2 내지 제4호증,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와 증인 김기욱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위 임금의 포기가 피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거나 조건부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원고 스스로의 변론(제15차 변론기일의 주장)에 배치될 뿐 아니라, 증인 김기욱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에게 그 임금을 포기한 사실은 인정되는바, 그 포기가 법률상 유효한 것인지 보기로 한다.

위 포기가 있었던 1996. 2. 당시 시행중이던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되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있으며( 제1항),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기일을 정하여 지급하도록 함( 제2항)으로써 이른바 임금의 직접·전액 지불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위 법규정은, 임금은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기초가 되는 것임을 감안하여 사용자가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통화로써 그 임금 전액을 지불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설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로써 상계를 하거나 다른 명목으로 공제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 그 임금채권을 타에 양도한 경우라도 그 양수인이 아닌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지불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최저임금제도 등과 함께 근로자의 기본적 생환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마련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반하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행위 또는 양자간의 합의 등은 무효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그 임금채권을 포기하거나 이를 사용자에게 증여하는 행위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그 임금채권을 포기하거나 이를 사용자에게 증여하더라도, ① 자신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위험이 없고, ② 그 같은 행위를 할만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으며, ③ 사용자의 강압적인 개입이 없이 그것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면, 사법관계(사법관계)에 있어서 각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여 이른바 사적 자치(사적 자치)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상 이를 무조건적으로 금할 일은 아니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직장의 경영이 악화되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이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정상화가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근로자들이 장차 회사의 갱생을 바라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기로 하여 자발적으로 체납된 임금을 포기하는 등으로 회사의 갱생에 나서는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법으로써 금지한다면 오히려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약화시켜 그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건대,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회사는 경영악화에 빠져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과 경영자들이 그 정상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원고 등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에 대체하거나 현금을 출연하여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금을 조건 없이 회사에 증여하여 채무를 청산토록 함으로써 조속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여 왔으며, 원고 등 근로자들에 대한 체납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끌어 온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 버릴 경우 회사의 정상화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주주의 지위를 겸한 원고 등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그 임금채권을 포기한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 근로자들이 임금을 포기한 행위는 그럴 만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사용자의 강압적인 개입이 없이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은 근로자 자신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위험이 없다고 할 것이지만, 장래의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은 근로자 자신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위험이 크고(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월정액 임금은 50만 원에 미달하는 매우 소액으로서 그 중 30만 원을 포기할 경우 그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장래의 상황을 예측하여 미리 이를 허용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이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사용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의 해고를 위협하는 등으로 악용함으로써 위 법규정의 근본취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래의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임금포기는 과거의 임금채권인 제1임금에 대하여는 유효하나 장래의 임금채권인 제2임금 중 330만 원에 대한 것은 무효라고 할 것이니, 피고의 이에 관한 항변은 위 부분에서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3.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제2임금 4,598,896원과 퇴직금 3,400,554원을 합한 금 7,999,450원 및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1997. 5. 3.부터, 퇴직금 3,400,554원과 제2임금 중 금 3,300,000원 외의 금 1,298,896원을 합한 금 4,699,450원에 대하여는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위 제2임금 중 나머지 금 3,300,000원에 대하여는 이 판결 선고일인 1998. 7 14.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위 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일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는 기각하며,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2조,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경승